마루180에서 진행된 스펙터 주관 '스펙터 라운지'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향로님 세미나 주제는 채용 사례로 알아보는 개발자들의 핵심 성향이었습니다.
대상은 HR 담당자와 CTO, 개발리드였지만 더 넓은 시야에서 보는 분들의 시각이 궁금하여 저같은 주니어 개발자도 참석을 해보았습니다. 상품도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의 니즈와 페인 포인트 파악이 중요하듯, 개발자도 개발자를 뽑는 담당자의 필요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었는데요. 그 필요라는 것이 결국 제가 개발자로서 어떻게 성장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잡는 데 중요한 지표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역시나 향로님의 인사이트는 대단했는데요.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말들이 많았습니다.
프로덕트 엔지니어
개발자로 일을 하면서 초기에 들었던 생각이, 사실 초기도 아니고 불과 약 1년 전까지만 해도 기술이 우선하지 않나란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클린코드도 보고 객체지향 관련 책도 보고 TDD 관련 책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유연하고 확장 가능한 코드를 짤까, 테스트코드는 어떻게 짜야할까 등을 고민했는데요.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좀 더 완벽한, 코드 퀄리티가 더 높은(사실 지금 짜라고 해도 못할 것 같지만..)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란 생각을 했습니다. 당연히 그런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그래서 계속 고민하고 공부해나가야 하는 것이 맞지만, 일의 우선순위를 판단할 때 무엇을 더 중시할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의 본질이 어디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로 이해했습니다.
향로님은 프로덕트 + 엔지니어로 설명을 해주셨는데요. 프로덕트라는 단어는 제품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을 의미하고 사용자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가에 핵심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코드를 잘 짜는 사람도 중요한데 첫번째 가치가 제품이라는 것입니다. 프로덕트 엔지니어는 조직에서 제품을 만드는 하나의 조직원이라는 관점입니다. 제품과 고객 측면을 모두 고려했으면 그 뒤에 이제 엔지니어링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최근에 제가 정말 가고 싶어하는 조직의 개발자 분과 이야기할 때도 '우리는 프로덕트를 만드는 사람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작년부터 대학원을 다니면서 스타트업 관련된 특강도 많이 듣고 사업과 조직문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계속 접하고 있는데요. 개발이라는 것도 결국 기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여러 도구 중의 하나(그래도 조금은 강력한..?)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계속 했습니다. 사실 그럴 듯한 앱이나 시스템이 없어도 기존 툴들을 이용하면, 안되면 사람이 직접 발로 뛰어서라도 서비스를 운영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것인데, 개발이 이 과정을 더 빠르고 쉽게 가는 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이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기술 의존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는 예외겠지만요.
이런 생각들이 정리되지 않고 파편처럼 흩어져 있었던 것 같은데 '프로덕트 엔지니어' 라는 단어를 듣고는 뭔가 이 생각에 정의를 내려주신 것만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역할보다는 문제 해결
축구(?) 사례를 들어주신 것이 인상깊었는데요. 공격수인데 공격만 잘하면 되지 왜 수비를 해야하냐라는 의문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마치 내 일도 아닌데 왜 내가 해? 라는 의문을 가진 사람처럼요. 그런데 경기를 하다보면 팀의 승리를 위해서는 공격수가 수비를 하러 내려가기도 합니다. R&R을 나누는 사람 보다 팀을 위해서 뛰는 사람을 더 적합하게 보신다는 이야기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조직의 크기나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규모나 종류, 기존 시스템이나 조직은 어떻게 동작하고 있는지, 현재의 사업 진행 방식 등 상황에 따라 다를 수도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언제든 다른 포지션에서 뛸 수 있는 마인드셋과 행동력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당장 골 먹히게 생겼는데 자기 자리만 지키고 있는 선수를 반길 팀은 없을테니까요.
결국 조직과 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문제 해결 방식을 찾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한 듯 합니다. 여기저기서 개발자들의 문제 해결 능력을 강조하는 글과 영상, 이야기가 정말 많은데요. 여담이지만 '문제 해결 능력'이란 참으로 어려운 말이기도 합니다. 최근 대학원 수업에서 표상의 의미를 다루면서 지능(intelligence)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었는데요. 영상(What Is Intelligence? Where Does it Begin?)을 하나 봤었는데 지능이란 결국 문제 해결 능력이라는 말이 기억납니다. 인간은 엄청나게 다양한 지적 도구들을 활용하고 있는데, 지능(문제해결능력)은 이 도구 활용의 총체로 보입니다.
이 외에도 프로그래밍이 아닌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본 경험, 부정어 보다는 긍정어 등등 많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향로님이 계신 조직에 적합한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라 모든 조직, 모든 사람에게 통용되는 말은 아니겠지만 제가 보았을 때 개발자로서 뿐만이 아니라 사람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마인드셋과 행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는가? 나는 어떻게 행동하는 사람인가? 하는 고민을 해봅니다. 때때로 그래왔기도 그러지 않아 왔기도 한 것 같지만, 이 말들을 듣고 두근대는 것은 제가 그렇게 살고 싶다는 방증 정도는 되는 듯하네요. 결국은 생각랜드에만 갇혀 있지 않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래도 오늘은 귀찮음을 뒤로 하고 포스팅을 한 것을 보니 한 걸음 정도는 또 내딛지 않았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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